주니어개발자로 생활한지 1개월 훨씬 넘어 2개월이 되가는 이 시점, 늦은 회고를 써보려 한다. 겨우 1달 차에 쓰는 회고 다 보니, 지금 회고에 쓴 내 생각과 가치관들이 나중에는 변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지금 그대로의 깨달음이 있다.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 깨달음을 공유해보려 한다. 회고를 가장한 핫바리 신입의 푸념정도 랄까.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음 주의.
8년 만에 또 다시 신입
23살에 마케팅/광고 분야에서 첫 신입 생활을 해보고, 30대인 지금 8년 만에 개발 분야에서 신입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뭐든지 처음보다 두번째가 낫다고들 하는데 신입생활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눈치주는 사람이 없어도' (<- 이게 포인트다. ) 출근을 해도, 퇴근을 해도,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면서도 늘 눈치를 봐야 한다. 쌩 신입이라면 업무기술과 회사생활을 둘 다 모르는 상태겠지만 나처럼 8년 만에 다시 신입생활을 하는 신입의 경우, 회사 생활은 알지만 업무기술을 모르는 상태라 더 난감해진다. 알면서도 모르쇠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월급 받고 같은 직급을 달고 있어도 그래도 회사생활 해본 애니까 더 잘알겠지 하면서 높아지는 기대치는 덤.
나에겐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해서 좋은 직업
요즘은 '개발자는 평생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말보다 '흔히들 개발자는 평생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개발자는 '평생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직업' 탑에 든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처럼 평생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직업군도 물론 많지만 한 번 배워놓은 기술로 평생을 먹고 사는 기술도 많다.
그래서 불만이냐고? 전혀. 그래서 좋다. 나는 뭐든 배우는 게 좋다. 어려워하고 스트레스 받아하지만 좋다. 나는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끊임없이 배우는 인간이고 싶다. 나이가 들어 뇌가 굳는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성격 때문에 괴롭지만 개발자로 생활은 아직 재밌다.
왜 SI로 갔냐고요? SI 밖에 없으니까요;
나는 SI업체 개발자로 속해 있다. 주변의 몇몇 개발자들에게 "왜 힘들게 SI회사로 갔냐"는 핀잔을 많이 들었다. 근데 난 사실 별로 큰 감흥이 없다. 아직 SI의 맛을 제대로 못본 것도 있겠지만, 내가 사는 지역은 주로 공공기관의 용역을 먹고사는 SI업체가 대부분이다. 큰 기업들도 다 그렇다. 그러다보니 다 거기서 거기다. SI가 별로라고 생각이 든다면 SM, 솔루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럼 남은 건 웹/앱서비스. 근데, 이 지역(지방)에서 웹/앱서비스를 하는 유망한 IT기업은 손에 꼽..꼽을 수가 있을까? 정도다. 이 지역에서 취업을 희망했던 나는 애초에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서 'SI업체 왜걌냐'는 공격 따윈 가볍게 쓰루할 수 있다.
+ 그래도 느껴지는 SI한계
그런데 막상 다녀보니 SI의 한계는 분명히 느끼게 된다. 내가 다니는 기업은 SI업체 중에 신입교육에 꽤나 힘쓰고 있는 편이라고 소문이 난 곳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온보딩' 과정이 없다. 당장 프로젝트에 쓸 인력이 필요하다보니 신입이 할수 있을 정도의 업무만 제시하고 '최대한 빨리' 해내길 바란다. 실제로 업무하면서 내가 어떤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인지, 어떤 목적인지, 어떤 요구사항을 갖고, 우리 팀은 어떤 파트인지 제대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것들을 바란 것이 신입의 큰 욕심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 부분은 내가 속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감기한에 맞춰 웹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하는 SI업체에서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는 생각은 든다.
일 잘하는 개발자 != 프로그래밍 잘하는 개발자
말 그대로다. 업무를 잘하는 것과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은 절대 같지 않다. 이 타이틀은 나에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1. 프로그래밍도 결국 일, 업무에 불과하다. 어려운 업무일지라도 보통 내가 맡은 파트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결국 더 이상 새로운걸 배우지 않아도 '일'은 할 수 있다. '일', '업무'로 내 진짜 능력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내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2. 코딩만 잘한다고 일 잘하는 개발자가 될 수 없다. 개발자는 생각 외로 동료들과 꽤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코딩을 잘해도 독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 한다면 일 잘하는 개발자,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없다. 많이 배우고, 많이 돕자.
"이 사람 처럼 되고싶다" 보다 "이 사람처럼은 안되야지"
신입 생활 1개월차, 사수를 비롯해서 수 많은 선배 개발자분들을 통해 여러 조언을 듣게 된다. "개발자는 어차피 치킨집인데 뭐하러 이런 일 하려해", "나 때는 사수도 없었어, 너는 물어볼 사람도 많고 훨씬 편한거야.", "차라리 이거 좀 하다가 공무원 해." 등등.
그리고 결심한다. ...이런 말을 하는 개발자는 안되어야지.
'💻 개발자생존일지 > 회고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01월 회고 - 뭐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이지요. (0) | 2023.02.05 |
---|---|
2022년 개발자 회고, 그리고 2023년 계획은 이렇습니다. (0) | 2023.01.02 |
개발자 1년 회고 (3) | 2022.09.06 |
[회고] 나는 왜 SQLD를 왜 3번만에 합격했나. (0) | 2022.06.24 |
2021년 첫 개발자 회고, 그리고 2022년 계획은 이렇습니다. (11) | 2022.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