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기만 3번 만에 정보처리기사를 땄다. (근데 따지면 4번인 게 한 번은 신청해놓고 안갔나, 진짜 공부를 전혀 안한 채로 갔나 그래서 안쳤다. 암튼 뭐, 3번만에 땄다.)
마지막 응시 때는 진짜 열심히 고통스럽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렇게 공부했는데도 떨어지면 나...다시 어떻게 이걸 공부해야 하지? 그냥 포기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불안했다. 다행히 붙긴 했지만, 그 시절만 생각하면 수능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하...수능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좀 좋아?)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냥 정보처리기사를 공부하고 준비하면서 이 시험에 대해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들이 있어서 써보려고한다.
정보처리기사는 '필수' 인가?
내가 정확한 답변을 줄 수는 없지만 내 의견을 말하자면 "딸 수 있으면 따는 게 좋다." 다. 우선 취업에 도움이 되느냐? 그 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다. 나처럼 비전공자이거나 국비학원 출신이거나 SI쪽으로 빠지는 경우는 "있는게 훨씬 좋다." 경험 상 국비학원 수료하고 취업 준비 하던 시절에 내가 지원을 하고 싶었던 몇 개의 회사는 비전공자는 아예 받질 않거나 최소 '정보처리기사'는 있어야 지원을 할 수가 있어 지원조차 못했던 경험이 있다. 뭐, 정보처리기사 없어도 지원할 수 있는 회사는 많으니 상관은 없지만...정말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있는데 '정보처리기사' 만 없어서 지원조차 할 수 없다면 아쉽지 않은가. 나는 그런 작은 허들을 없애고 싶었다.
그리고 SI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평균 임금이 적용되는 직군이다. 한 마디로 경력에 따라 평균 임금 단가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거기서 정보처리기사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정보처리기사가 없으면 아무리 경력을 쌓아도 개발자 등급은 '초급'이고, 정보처리기사가 있는 상태에서 3년 만일하면 '중급'으로 쳐준다.(정확하지 않을 순 있는데 '정보처리기사'가 있고 없음에 공식적인 경력 차별이 크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무슨 거지같은 경우인가 싶겠지만 SI/SM쪽은 그렇다. 이미 연차가 있으신 경력자 분들은 크게 상관없지만 이제 신입이거나 개발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SI,SM 쪽으로 일하게 된다면 정보처리기사가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전 SI/SM에서 일 안할 건데요? 서비스쪽에서 일할 건데요?
-> 그렇다면, 상관 없습니다. 전 정보처리기사가 필수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막말로 네카라쿠배가 정보처리기사 없으면 안받아주는 거 아니니까요; 나 같은 경우는 이미 SI로 입문을 했고, 내가 원하는 분야(= 서비스쪽)으로 가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SI업계가 나한테 잘 맞거나 계속 남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내가 일한 경력과 경험이 정보처리기사에 의해 평가절하 되길 바라지 않았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가?
나의 결론은 "공부만 제대로 한다면 도움이 충분히 된다. " 이다. 애초에 나도 "정보처리기사가 개발자가 되는데 도움이 될까? "의구심도 가졌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취득을 위한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개발자는 개발만 잘해선...어렵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는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를 충분히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그 속에 속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코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신입이거나 저 연차의 경우 정보처리기사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개념들이 구체적으로 코딩을 하는 것에 도움을 주지는 않더라도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에 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것들이 신입 개발자들이 이 회사에 이 프로젝트에 적응하는데 큰 자산이 된다.
나 같은 비전공자의 경우는 컴퓨터 공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으니 이론적인 부분에서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개발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들을 다루다보니 자연히 작은 지식이 쌓이고,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다.
정보처리기사는 지금이 가장 쉽다.
정보처리기사는 1년 전 집 값과 같다. 지금의 집값이 가장 저렴하듯, 정보처리기사는 지금 보는 게 가장 쉽다. (집값은 이제 더이상 그렇지 않지만.....) 추세가 그렇다. '물'과 같았던 예전 정보처리기사 시험방식이 약 2년 전, 개편되면서 한 마디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보처리기사실기의 경우, 시험범위는 엄청나게 방대한데 문제는 고작 20~25문제(라고 쓰지만 맨날 20문제만 냄) 밖에 내질 않고 거기다가 주관식이라 한 문제 맞추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가 프로그래밍 문제의 비율이 많이 늘어 정말 이론 공부만으로는 합격이 어렵다. (3문제 정도 비중을 가지고 있다가 현재는 5,6문제를 고정적으로 내고 있다.)
그리고...경험상 점점 시험 범위가 넓어진다. 시험범위 자체가 변경됐다기 보다는 시험범위가 1~100일 때, 1~40안에서만 시험을 내다가 요즘에는 1~70 안에서 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필기에서만 나오던 개념들을 응용해서 실기에도 주관식으로 출제를 해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정보처리기사의 중요도를 높이기 위해 개편되었기 때문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시험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체감하는 난이도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님은 어떻게 공부했는데요;
본인이 집중도, 학습력이 뛰어나다면....걍 이 부분은 쓰루해주세요. 제 이야기 없이도 잘하실 분들임....그냥 학습력, 집중력, 암기력이 보통이거나 그 이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만 참고만 해주세요. 왜냐면 제가 그렇거든요;
(*** 필기는 기출문제만 달달 돌려서 한 번에 합격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도 무려 1년 전이고 듣기로는 이제 더 이상 필기도 호락호락 하지 않다고 들었음. 필기는 공부방법이라고 하기 애매하니 실기를 기준으로 말해보려 합니다. )
실기의 경우, 나는 2번 째 응시까지는 독학으로 공부했고 처참하게 떨어지고나서....이렇게 해선 안된다 싶어 나를 믿지 않게 되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독학보다는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빌려 들었다. 준비 기간은 2달 반 정도. 내가 듣는 강의가....본강 + 각종 특강 등을 포함해서 120강이 넘었는데(^^......) 거의 매일 4,5강씩 들었고 강의를 듣고 혼자 정리해보고 수제비 카페에 있는 데일리 문제와 약술형 예상 문제를 보며 문제 푸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2달 반 정도 반복하고 시험 하루 전에 기출을 한번 돌려보고, 또 마무리 특강을 무한정으로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보고.....최대한 반복하고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 했다.
한 마디로 요령없이 했다.......내 수준에서 정보처리기사는 요령부려서 합격을 바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나를 안믿었다. 한 달의 기적? 그딴 거 안믿었다. 나한테는 해당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때 얼마나 간절했냐면.....술 약속있어서 술마시고 와서 공부 안하려니 맘이 안좋아서 술 취한 상태에서도 인강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공부할 때 개인적으로 조언해주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를 덧붙힌다.
1. 프로그래밍 문제 절대 포기하지 마라
종종 실기 공부하시는 분들 중에서 "나는 프로그래밍 문제는 과감히 포기할거야, 어차피 나머지 문제 다 맞추면 돼." 라고 호기롭게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 너무 범위가 넓은게 사실이니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원래 실기에서 프로그래밍 문제는 3,4문제 정도 밖에 안 나왔었다. 그런데 요즘은 5,6문제까지도 출제하는데 보통 20문제가 나오는 실기에서 5,6문제를 차지하는 프로그래밍을 포기하면...나머지는 무조건 다 맞춰야 하거나 다 맞춰도 합격 선에 모자르다. 그런데 안그래도 넓은 범위에서 나머지 문제를 실수 없이 다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건....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걸 다 맞출 수 있는 능력이라면 프로그래밍도 다 맞추지 않을까?
프로그래밍 문제의 경우 자주 나오는 문제 유형들이 있으니 그 부분만 연습 하면....굳이 버린다는게 엄청 아깝게 느껴진다. 프로그래밍 문제 놓지 말자.....
2. 기출 돌리는 건 필기 때나 하는 짓이다.
기출만 돌려서 필기를 합격할수 있기 때문에 실기도 호기롭게 기출만 돌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는데...큰 오산이다. 정보처리기사가 개편 된 후의 기출문제는 몇 문제 되지도 않고 문제 은행식 출제 방식도 아니다. 그리고 기출만 돌린다는 건 보통 문제, 답만 그대로 외우겠다는 심산인데, 그렇게 외워서 객관식도 아닌 주관식 응용문제를 풀 수 있을까? 그것도 나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시험 일주일 남았는데 공부는 하나도 안했고, "기출이라도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출을 풀어보는 거면, 그냥 쉬거나 자고 그 체력을 아껴서 다음 시험에 제대로 준비하는 게 낫다.
+++ 그럼 기출문제 아예 보지말라는 소리임?
그건 아님. 아예 똑같은 문제가 나오진 않지만 해당 개념에 대한 문제가 또 나오는 경우가 있다. (ex. 디자인 패턴 등) 그래서 공부를 할 만큼 하고 내가 얼마나 공부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기출을 풀었고, 사실 기출을 반복하다보면 답을 그냥 통으로 외우게 된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예를 들어 답이 '옵저버 패턴'이었다면, 옵저버 패턴이 디자인 패턴 중에 하나이니 옵저버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디자인 패턴의 이름과 특징을 간단히 적고, 그래서 그 내용들이 하나라도 틀리면...정답이라고 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기출문제를 확장하여 공부할 게 또 많아진다. 그런 식으로 공부할 것을 찾아서 했다.
3. 답을 서술(약술)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정보처리기사 실기의 경우, 전부 주관식이고 약술형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게 또 골 때린다. 어설프게 공부하면 어설프게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막상 약술하려니 난감해진다. 차라리 모르면 미련도 생기지 않는데., 아는 개념인데 막상 약술하려면 어떤 키워드를 어떻게 연결해서 적어야 할지 모르는 슬픔을 아는가? 삼수생인 난 안다......그래서 나는 약술형을 쓰는 연습을 했었다. 어떤 개념이 나오면 특정 키워드를 생각해 내고 그 키워드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연습을 따로 했었다.
- 열심히해서....정처기 땁시다.
- 반박시 님 말이 다 맞아요.
- 추가적으로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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