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개발공부를 하면서 홍진경의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홍진경의 '무슨 마인드'냐고요? 예전에 홍진경이 어느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방송 출연을 위해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기자들이 같은 대기실을 쓰고 있는 다른 연예인에게만 관심이 쏠려있었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본인도 무언가 관심을 받고 싶어서 "저 유학가요" 라고 예정에 없는 계획을 기자들에게 질러놓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학을 다녀왔다고 하죠. 아주 많은 고생을 했다고도 했어요.
딱 제가 그래요. 그 당시 하고 있는 일이 '지속 가능'하지 않았고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꽤나 긴시간 동안 고민의 해답으로 '개발자로 전직하자'라는 생각이 도출되었고, 지금 이렇게 8개월간의 개발 공부 과정에 속해 있습니다.
쉽게 내린 결정도 아니였어요. 이미 전 30대였고, 개발에 관해서는 하나도 아는게 하나도 없었던 것은 물론 전공 조차 이공계 계열이 아니였어요. 그 무렵 허리 디스크가 찢어지는 바람에 수술도 한지 얼마 안됐었고 하고 있던 일도 그만둬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오래 고민했고 오래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각오를 충분히 하고 간 뒤였는데도 너무 힘든 거에요. 배우는 내용 자체가 너무 생소하고 어려웠던 것은 물론이고, 수학적인 센스, 이해력, 문제 해결 능력이 뒤 떨어져 있었고 그 덕분에 하루하루 진도를 따라 잡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제가 가장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래서 자신감도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2주차 쯤에는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배울 때도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든데, 업으로 삼으면 그 또한 고통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납니다. 개발자를 하기로 결정한 후 양성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강좌가 한달 정도 밀려서 대략 2개월 정도의 여유가 생겼어요. 떠벌리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그 2개월 사이에 안부를 물어보는 주변 지인들에게 자연스레 개발자 양성과정의 참여 예정을 알렸고 많은 응원도 받았으며 많은 조언도 받았습니다. 물론 많은 반대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절실했기에 다 감수 할수 있다고 했고요.
즉, 너무 많은 사람에게 제가 개발자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알렸던 것이죠. 한마디로 이제 개발자가 될거라며 떵떵 거리며 다녔는데 한달도 안되서 그만둔다고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창피했어요. 스물 한두살도 아니고 30대가 무언가를 한다고 했다가 수료에 실패한 모습이요. 물론 저 스스로에게도 많이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만두더라도 좀 더 버텨보자고요. 더더더 힘들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고요. 그래도 절반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고요.
개발자 양성과정에 좀더 그럴싸한 이유로 버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 없습니다. 창피해서라도 버텨보려고요. 그래서 요즘 저는 '홍진경'의 마인드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 참고로 실제로 홍진경이 해피투게더에서 이야기 했던 유학 에피소드가 담긴 기사 내용을 첨부합니다. 저는 더 오래전에 다른 예능에서 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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