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발자 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1년이 또 엄청 빠르게 흘러갔다. (세월 진짜 너무 정말 엄청 빠르다.) 그래서 이번엔 개발자 된 지 2년 회고를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이미 매월 월간 회고를 쓰고 있는데, 월간 회고는 그 달 내가 한 일, 공부에 대해 나열하듯이 쓰는 방식으로 작성하고 있어서 (연말/연초에 쓰는 연간 회고 및 계획도 마찬가지) 개발자 2년 회고는 단순히 내가 한 일, 공부에 대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2년간 개발자로 일하며, 개발을 하며 느낀 점, 나의 변화 등을 써보려 한다. (개발자 1년 회고에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까 걍 tmi만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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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
작년에는 총 9권의 책을 읽었고, 올해는 총 5권의 책을 읽었으니, 작년 한 해에 비해 독서량이 줄었다. (*9/21일 기준) 거의 절반 가량의 수준으로 독서량이 줄었는데 책을 읽을 시간이 없던 것보다 의도적으로 책을 조금 덜 읽으려 노력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작년 한 해 기술 관련 서적으로만 9권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와 동시에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하는 것들, 왜 이제야 알았지 하는 것들 등등. 그와 동시에 "나중에 이 상황이 온다면,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때 다시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9권의 유용한 책들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는데 그것을 활용할 적절한 시기가 없었다. 그러니, 책에 나오는 유용하고 내 것으로 많이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프로그래밍 공부와 같았다. 프로그래밍 지식을 배우기만 하고 직접 코딩해 보거나 활용하지 않으면 금세 까먹듯이 좋은 책들을 읽었지만 바로 활용할 기회나 시간이 없어 머릿속에 몽글몽글 개념들만 떠다니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책을 단순히 읽는 행위를 넘어서 그 책에 담겨 있는 유용한 지식들과 생각들을 내가 업무 하면서 활용 응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올해는 책을 많이 읽기보다 적게 읽더라도 내가 필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들 위주로, 혹은 읽은 책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1년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독서량은 줄었지만 이미 읽은 좋았던 책들을 다시 한번 읽으며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담아둘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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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회사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나는 만 1년 차까지도 나는 내가 속한 회사에서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신입, 주니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래서 더 개인공부에 치중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팀 구성이 대폭 변경된 후 나는 달라졌다. 나는 프로젝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고,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새로운 팀원들이나 부족한 팀원들을 열심히 도왔다. 아무것도 참고할 것이 없어 맨땅에 헤딩하듯 삽질했던 일들을 정리해뒀다가 팀원들에게 공유해 주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하는 팀원들을 최대한 도우려 했다. 그러면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어떤 일을 맡겨도 너무 늦지 않게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내는 직원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잦은 야근과 방대한 업무량으로 힘들긴 했지만, 나는 성장했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면서 나는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 잦은 야근을 통해 제가 느낀 점을 포스팅으로 옮겨보았습니다.
모든 것의 근간은 건강이다.
올해 1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작년에 썩 좋지 않았던 건강상태에 나름 충격을 받고 체중을 10kg 넘게 줄여서, 나름 나아진 결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어떠한 점은 좋아졌지만 오히려 작년엔 건강했던 부분들이 안 좋아졌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건강검진이라 돈이 들진 않았지만, 건강검진 이후에 따로 병원을 다니면서 든 검사비와 진료비가 30~40만 원을 육박했다. 거기다가 일이 너무 많아 쓰고 싶었는데도 못썼던 연차들을 죄다 병원을 다니는데 소비하고 말았다. 나는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개발을 더 오래 하려면 정말 '건강'이 우선이라는 걸 정말 많이 느꼈다. 그 이후로 되도록이면 무리해서 일하려 하지 않고, 일이 많다고 해서 야근을 통해 그 부분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적은 양이지만 운동도 시작했다. 건강... 건강하자.... 흑흑
첫 번 아웃,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았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첫 '번아웃'이 왔다. 2년을 가까이 정말 앞만 보며 달려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이 '번아웃'을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을 텐데 나는 오히려 '번아웃' 기간 동안 내가 하던 모든 것들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번아웃'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대략 한 두 달 만에 '번아웃'에 벗어났다. 쉽진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번아웃' 이후,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것을 잘하며, 큰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앞으로 내 장점을 최대한 살려볼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벌써부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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